2009년 11월 22일 일요일

당구에서 수지(지점)이란

당구는 남녀노소 누구가 가장 편한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언제나 마음만 먹는다면 멀지 않은 곳에서 비싸지 않은 비용으로 얼마든지 즐길 수 있습니다.

저희 당구장에는 부자간, 애인간 게임을 즐기기 위한 방문이 퍽 많습니다. 물론 그 절대 수가 많다고 할 수 있을만큼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하면 굉장히 많아졌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당구가 우리나라에서 폭 넓게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수지(지점)제도의 덕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이 수지가 있었기 때문에 실력차가 뚜렷한 사이에서도 뜨거운 경쟁이 가능했고 고수는 고수대로, 하수는 하수대로 더 열심히 치는 모티브가 되는 것입니다.

축구를 할 때 상대가 못한다고 해서 1~2점을 주고 시작하지는 않습니다. 야구를 할 때 실력차가 난다고 해서 선수를 할 명 줄이고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당연히 실력차가 나는 팀간의 대결에는 '살살해'가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 '살살해'는 강팀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경기를 만들게 되고 약팀은 상대방이 맘 먹기에 따라서는 결국 패배만 안게 되는 싸움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구에서는 거의 전국적으로 큰 편차 없이 균일한 정도의 지점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물론 지역적, 개인적 편차가 있지만 결국 3~4번의 맞대결을 펼쳐보면 어렵지 않게 상대의 실력을 알 수 있습니다.

때문에 길을 가다다 눈에 띠는 아무 당구장에 찾아 들어가서라도 어느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상대를 찾는다면 큰 무리 없이 한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수지가 가능한 데에는 사실 고수들의 자연스런 희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지란 거꾸로 말하자면 핸디캡입니다. 고수들이 자신의 실력에 맞추어 일정 정도의 핸디캡을 부여해 놓은 것입니다.

고수들의 실력은 가바위보 게임으로 하루 아침에 딴 것이 아닙니다. 수 없이 많은 밤을 연습하고 배워서 쌓은 것입니다. 수 없이 많은 패배 속에서 게임비를 수업료삼아 내 가며 배운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하점자랑 치면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핸디캡을 감수하고 게임을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핸디캡은 고수의 배려이지 하점자의 권리가 아닙니다. 물로 고수는 하점자를 위해 넉넉하게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고 하점자는 고마운 마음으로 한 수 배운다는 자세로 매너를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핸디캡을 갖고 게임을 한 고수는 게임이 끝는 후 1~2분 정도의 설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는 정도가 핸디캡의 보상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하점자는 고수에게 실력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런 수지가 일반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게임은 당구 외에도 바둑이 있습니다. 바둑도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급수가 있으며 이 급수에 맞추어 일정 정도의 알을 깔고 시작하면 실력 편차가 비교적 크더라도 재밌게 승부를 즐길 수 있습니다.

당구와 바둑의 공통점은 바로 그 동호인이 1000만을 훌쩍 넘을 정도로 그 저변이 넓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재미가 있다는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당구 동호인들 모두 실력 고하간에 예의를 지킨다면 더욱 재미있는 당구가 될 것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